화전놀이?
지난 토요일
우리는 예정된 대로 부로(富老)농원으로 향했다.
부로농원이 어딘가?
예전에 강호를 떠돌며 무림을 장악하고자 시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새외(塞外) 사파(邪派)들이 중원으로 진격하기 전에 이곳에 모여 흑마의 피를 나눠마시며 결의를 다지던 곳 아닌가?
그들의 수장이 얼마 전 '통일무림 10년 장악권'을 완성시키고자 '자금환'을 복용하다 부작용으로 치명적 내상을 입고 변방으로 물러났어도 여전히 중원 무림을 장악하고 있는 그들을
사람들은 이곳 부로농원이 있는 동네 이름을 따 세칭 벽제파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세월은 가고, 부로농원은 그저 부로농원일 뿐이다.
부로농원 주인장은 나의 벗이기도 하니, 목련이 아름답게 피어났다고
그 꽃그늘에서 술 한잔하자고 초대를 했었다.
그게 지난 토요일이었다.
토요일,
우리 지역에 지방의회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재정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이 있었고,
개소식이 끝나자 몇몇은 눈짓을 주고받으며 부로농원으로 향했다.
목련과 벚꽃이 만발하고, 연못의 물은 넘쳐날 듯 가득하다.
우리는 꽃그늘에 자리를 잡고,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고, 술병을 땄다.
미쳐 한잔을 마시기도 전에 연이어 올라오는 차량행렬은 또 뭣이더냐.
그렇다. 비밀은 없는 법. 이 화창한 날에 꽃그늘에서 술 한잔한다는데 그 유혹을 뿌리칠 이 그 누구더냐.
서너 명이 대여섯이 되고, 급기야 열명이 넘고,
넘쳐날 것 같던 고기와 술이 떨어지고, 다시 사오고,
이리 저리 넘나들고 섞이는 이야기들은 탱탱하게 물 오른 봄날의 생기 그대로이다.
갑자기 탄성이 터져서 가보니 꽃 한 접시가 놓여 있다.
백목련, 자목련 꽃잎에 두릅이 올려져 있고,
벚꽃과 초고추장이 데코레이션으로 자리를 잡고,
어찌 이것을 먹을 수 있을까나?
그래도 어쩔거나. 먼저 맛보라는 말에 '그럴까' 하고 인사치레가 끝나기도 전에 내 젓가락 사이에 꽃잎 가득 초고추장 묻은 두릅이 입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2006. 4. 18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