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회사 그만 둬라
우리 아들 성연이는 회사와 노조를 구분하지 못한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니 나도 굳이 설명하지도 않는다. 설명해줘 봐야 작은 머리에 혼란만 더 생기겠지 뭐.
어찌됐든 성연이는 아빠에게 회사를 그만들 것을 요청했다. 이 자식 점점 맘에 들어진다.
지난 토요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난 성연이에게 문제를 하나 냈다. ‘이 문제를 풀면 아빠가 일요일날 1시간 놀아줄게’ 하고서.
문제는 저울에 물 한잔을 올려놓고 물 무게를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저울 보는 법도 가르치고, 문제 풀면서 집중력도 길러주고, 또 아빠와 함께 한다는 공감대를 얻기 위해 내딴에는 잔머리를 좀 굴린 거였다.
난 엄마가 어쩌다 쓰시는 낡은 저울을 꺼내놓고
‘성연아. 저울 봐. 100g, 200, 300... 이렇게 해서 1000g이 1kg야’
‘나도 알어.’
'그럼 이 컵 무게가 얼만지 알아내봐. 물 없이 컵만 말이야.'
'알았어.'
정말 아는지 어쩐지 모르지만 물컵을 올려놓으니 400g이다.
중앙위원회는 무산되었지만, 선배 개업식이 있어 늦게 퇴근하였더니 성연이가 내게로 달려왔다.
‘아빠. 나 문제 풀었어.’
‘몇 g이야.’
‘아마 250이었을 걸’
‘아마’를 붙이는 것은 성연이 특유의 말투다.
어떻게 풀었는지 궁금해 물었다.
‘응. 물을 다른 컵에다 담아. 그리고 빈 컵을 저울에 다는 거야. 빈 컵의 무게가 아마 150g이었을 껄. 그러니까 물의 무게는 250g이지.’
‘음~. 컵에 있는 물은 버려도 되지 않을까?
‘버려도 되겠지 뭐~’ ‘어쨌든 놀아줘!’
성연이는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놀자고 조른다.
성연이가 좋아하는 결투도 하고 하다보니 아내는 당 행사에 가고, 엄마는 경로당에 가시고 성연이와 나, 단둘이서 남게 되었다.
마침 TV에서도 사람들이 막 날아다니는 애니메이션이 방송되었다.
‘아빠. 사람이 어떻게 하면 날아다닐 수 있을까?’
‘글쎄, 어떻게 하면 날 수 있을까?’
‘무게를 엄청 줄이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시답잖게 시작한 우리 대화는 점점 발전하여 ‘중력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고상한 담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한껏 고무된 성연이는 내 무릎 위에 자리를 잡고는
‘아빠. 회사 그만두면 안 돼?’
‘왜?’
‘나하고 매일 같이 놀게.’
‘ㅎㅎㅎ~’
아내가 이 글 보면 화내려나.
최근 놀이공원에서 성연이
<2005. 12. 15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