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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수련원
사이버노동대학에서 운영하는 수련원이다. 충북 영동에 있다.
지난 6월 24일(금)-25일(토) 1박 2일 동안 우리 노동조합은 간부교육수련회를 그곳에서 가졌다.
마음수련원에서 본 앞산/ 황악산 자락이다.
마음수련원이 있는 충북 영동군 매곡면 공수리는 백두대간 바로 밑으로, 고개 하나를 넘으면 김천이다.
멀리 높다란 황악산 자락이 보이고, 추풍령 높이의 약간 지대가 높은 지역임에도 밝고, 넓다. 풍수지리에 문외한이라도 동네가 참 좋아 보이는 곳에 마음수련원이 있다.
학교 옆으로 노송 군락이 있는 걸로 봐 유래가 있는 마을이 틀림없어 보인다. 마을 유래비를 보니 이미 신라시대부터 마을이 있었고, 지금 마을 이름인 사야(沙也)는 당시 이름인 '샛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동네 이름도 예쁘다.
김진숙 지도위원/ 작음 몸에서 어찌 저련 정열이... 정신 없어 사진 한장 찍지 못해 오마이에서 퍼왔다.
사람이 절대 모자라는 노동조합인지라 행사 하나 하려면 정신이 없다. 첫 강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더 이상 자본에 밀리지 말자"는 주제의 「노동자의 삶과 철학」 강의였다. 나는 모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일 저 일로 분주한데 복도에 웬 허름한 농군 아저씨가 있다. 음, 이곳에서 일하시는 아저씨구나 하고 무조건 인사를 건넸다. 빙그레 웃음으로 맞인사를 하시는 아저씨 얼굴을 보니 낯이 익다. 사이버노동대학의 김승호 선배님이다.
열강으로 유명한 김승호 선배님/ 농군 모습 사진을 찍으려 다음날 찾아다니니 일이 있어 일찍 서울로 가셨다고 한다.
김승호 선배님은 몸이 안 좋아 휴식년을 얻고 6개월 째 이곳에서 요양하며 마음수련원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강의는 하종강 선생과 또 다른 맛을 줬다. 뭐랄까. 같은 식구 이야기 같은 현장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강의 중간 중간에 반백의 나이 드신 선배님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인다.
발표력 강화훈련/ 간부들은 의외로 다들 발표를 잘 했다.
두 번째 강의는 「발표력 강화 훈련」이다. 교육과 실습 그리고 평가가 어우러진 3시간 30분의 대형 강의다. 주강사인 대구협의회 최현귀 부장은 특유의 뚝심과 카리스마로 강의를 진행했다. 교육의 효과가 있었나? 간부들은 발표를 예상보다 훨씬 잘 했다.
세 번째 강의는 공공연맹 나상윤 정책위원장의 「간부활동론」이었다. 난 또다시 이것저것 챙겨야 하는 관계로 듬성듬성 들을 수밖에 없었다. 경험이 많은 나상윤 위원장 강의를 듣고, 다음 번엔 나도 한번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아쉽다.
강의에 열중하는 간부들/ 나상윤 위원장의 간부활동론 강의다.
저녁을 먹고 마지막 내 강의다. 「공영제 쟁취와 복수노조 대처」다. 제목에서 보여지듯 짬뽕강의다. 원래 두 강의를 억지로 하나로 뭉쳐놓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시간은 늦었다. 강의에 들어간 시간은 8시 40분이다. 강의실은 저녁이 되어도 여전히 찜통이다. 그리고 불빛을 따라 몰려든 모기와 각다귀들은 왜 그리 많은지. 아무리 간부수련회라지만 교육생들은 지쳐있었다.
나는 1시간 20분 이내, 10시까지는 강의를 마치겠다고 간부들에게 약속했다. 원래 계획된 강의 종료시간이 10시였다. 간부들은 좋아한다.
이승복 석고상/ 이곳에서는 반공교육의 상징 이승복도 전태일을 따라 머리띠를 맸다.
방법이 없다. 복수노조 문제는 다음 번에 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 복수노조 관련해서는 유념해야 할 점만 추려 맛보기로 10분 정도 강의를 끝내고, 공영제 쟁취 강의를 했다.
10시 5분전에 강의를 마쳤다. 이어서 뒷풀이다. 영동 동일버스지부 동지들이 며칠간 낚시로 잡아 끌여낸 꺽지 매운탕은 간이 맞지 않아도 인기 만점이다.
일부 간부들은 여전히 찜통인 식당을 벗어나 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운동장에 나오니 너무나 시원하다. 모기 한 마리 보이지 않고, 하늘엔 별들도 떠 있고, 참 좋다.
수련원이 있는 사야마을 농가 앞에 핀 접시꽃 군락
술잔이 돌면서 토론은 격렬해진다. 발표력 강화 훈련도 했겠다, 1분 스피치를 하자고 제안했다. 돌아가며 1분씩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1분 동안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 단, 1초도 초과해선 안 된다. 다만 부족하다 싶으면 1회에 걸쳐 찬스를 쓸 수 있다. 찬스 시간은 30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반대해도 자기 차례가 와야 발언할 수 있다. 모두 찬성이다.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초시계를 준비했다.
처음에는 잘 안 된다. 남들이 발언할 때 참견하는 버릇이 나온다. 여러 번 제지하면 8명이 한 바퀴 돌았다. 모두들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표정이다. 두 바퀴를 돌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한 간부의 발언에 다른 한 간부가 강력하게 반박했다. 차례가 왔을 때 발언을 하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역시 술의 힘이다. 술이 토론을 이겼다. 우리는 싹싹하게 패배를 시인하고 열심히 술을 마셨다.
족구시합하는 간부들
아침은 직지사 앞에까지 가서 먹었다. 전날 먹던 인근 식당에 문제가 생겨서다. 직지사 앞 사하촌은 그야말로 번화가다. 관광지라 별 기대 하지 않았는데, 반찬이 의외로 깔끔하고 맛있다. 반주로 내준 송엽주는 또한 일품이다.
돌아와서는 오전 내내 체력단련대회다. 축구는 전날 피로와 음주 등으로 다칠 염려가 있어 족구 한 가지만 하기로 했다. 역시 남자들이란 단순하다. 공 하나면 잘 논다. 대진표를 짜고 시합이 시작되자 난 동네 한바퀴 돌아볼 겸 논둑길로 나섰다. 100년은 됨직한 소나무 옆으로 무덤이 있고, 그 위로 마을이 있다.
숙인(4품 부인품계) 함양오씨지묘/ 낙락장송과 큰 무덤에 비해 작은 비석이 좋았다.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갈 터인데, 왜 비석과 석물을 그렇게 호화롭게 하는지...
전통 기와집이 있어 가보니 재실이다. 순흥 안씨들의 경모재인데, 문짝이 떨어져 너덜거린다. 처마를 보니 맹맹이 집이 있다. 오랜만이다. 제비집도 드문데 맹맹이 집이라니. 맹맹이는 제비와 비슷한데, 뭔가 달랐다. 어딘가 색깔이 달랐던 것 같은데,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집도 제비와 다르게 진다. 어릴 때 제비를 잡아먹는다고 해 맹맹이 집을 허물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경모재 처마에 짓고 있는 맹맹이집
수련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수련원 뒷모습도 참으로 정겹다. 저런 학교들이 없어지는 게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 아이들이 이런 곳에서 뛰놀면 얼마나 좋을까.
마을에서 본 수련원 뒷모습/ 참 좋다.
<2005. 6. 2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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