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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

실랑이

풀소리 2017. 8. 8. 12:16

큰 골치와 큰 실랑이가 널려 있으니 좀 작은 얘기를 하자.

 

어제 학교 운영위원회 임시회의가 있었다.

오후 3시에 회의가 잡혀 있어 시간 맞춰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후배가 들어온다.

잠깐 얘기를 나눈다는 것이 어느새 30분.

결국 30분 늦었다.

 

 

1.

안건은 하나였다.

학교 운영위원은 교사위원, 학부모위원, 지역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안건은 바로 지역위원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 방법을 정하는 것이었다.

 

우리 학교는 2명의 지역위원을 뽑는데, 작년에 1인 1표로 할 것인가, 1인 2표로 할 것인가 논란이 됐었다. 즉,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 선거에서 경험했듯이 다수파가 2명을 다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비율에 의해 소수파도 1명을 진출시킬 수 있느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이번에도 논란이 예상되었다. 학부모 위원도 더 진출시키지 못하고, 전교조 교사위원도 1인이 낙선하여 과반수로 결정한다면 무조건 밀리는 상황이다.

 

 

2.

앉자마자 분위기를 살피니 냉랭하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정경화 운영위원이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상대론가?

얘기를 더 들을수록 영 이상하다. 오호라 지역위원에 한하여 정당인의 출마를 제한하자는 안을 냈구나! 누구를 겨냥해서? 물을 것도 없이 민주노동당이다.

 

안건을 제출한 이의 이유는 이러했다.

 

'작년에 교장이 추천하여 당선된 지역위원이 1번만 출석하고 더 이상 나오지 않아 결국 제명되었다. 정당인이 경력 한 줄 넣으려고 나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올 해 운영위원 6년차인 작년 운영위원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정당인이었다. 정당인이기 때문에 불성실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초 안건 제출 이유가 민주노동당원의 지역위원 진출을 막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논리는 구차한 것이었다. 결국 오랜 논란이 있었지만 그들은 표결을 요구했다. 다수라는 확실한 '패'가 있으니 긴말 하지 말고 패를 펴라고 압박해왔다.

 

 

3.

향후 원활한 운영위원회를 위해서도 표결을 피하고 싶었지만 쪽수로 미는데 어쩔 수 있으랴.

그렇다고 나도 '히든'카드가 없는 건 아니지!

 

난 다행히 사무실을 나서기 전에 학교회칙을 출력하였고, 학교로 가면서 꼼꼼히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개정하기 위한 정족수가 재적인원의 2/3 이상이었다.

 

난 임시 의장인 교장에게 학교회칙의 정족수 규정을 들어 운영위원규칙을 개정하는 정족수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내가 표결에 찬성한 순간 이미 자신들의 안이 통과된 것이나 다름 없어하던 운영위원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ㅎㅎ

 

결국 확인 결과 2/3 이상. 참석자가 13명이니 2/3는 8.7명. 즉, 9명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표결 결과 8 대 5, 부결이다.

 

 

<성과>

이번에 우리와 뜻을 맞춰 운영위원에 출마한 한 운영위원이 표결에서도 확실히 우리를 지지하였다는 것.

 

나아가 그들의 예의없음과 막무가내를 혐오하게 되었다는 것.

 

 

<2006. 3. 2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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