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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상황이 이럴까.
4달이 지난 파업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집회 모습은 '죽음'이 겨우 종이 한 장 뒷면에서 아른거리는 고통이 묻어 나온다.
난 지난 14일 집회를 올린 동영상을 보면서 한 동안 멍해있었다.
그러나 어제(16일) 현장에서 본 그들의 집회는 동영상과 또 다른 것이었다.
▶ 채 돌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가게에서 산 찬 우유를 먹이는 엄마는 행여 아이 손이 얼까 자신의 언 손으로 감싸고 있다.
날은 왜 이리 추운지. 한겨울 혹한이 초겨울에 한꺼번에 닥친 것 같고, 바람은 매섭다.
남쪽 지방이라지만 대구의 추위 또한 만만찮은 것 같다.
스치로폼 방석에 장갑으로 중무장했건만 덜덜 떨리기만 한다.
▶ 거리 행진을 위해 조합원들이 웃통을 벗고 있고, 어린 아들이 그런 아빠를 보고 있다.
▶ 이런 조합원을 보고 아내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표현만 하지 않을 뿐 여기 울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집회가 끝나고, 행진이 시작되기 전,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조합원들은 웃통을 벗는다.
맨몸이 드러나고 그 위에 얇은 투쟁조끼 하나를 달랑 입고 거리행진에 나선다.
옷을 벗고 거리로 나선 그들은 가족들에게 '못나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 광경을 본 가족들은 끝내 울음을 터트린다.
춥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혹한의 거리에서 그들은 행진을 하고 삼보일배를 한다.
그들 표현대로 이렇게 '엽기적'으로 거리에 나서니, 이제 시민들이 그들의 집회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철저하게 외면하던 언론들도 관심을 보이고, 취재를 시작한다.
▶ 함께 거리 행진하는 아내들과 어린 아이들
최근 국일여객을 소개한 기사 및 블로그들 경북대신문, 다음, 허틀의 블로그, 그리스로아, 거북산
대구 시내버스업체인 (주)국일여객은 2005년 8월 30일 부도가 났다. 돌아온 겨우 4,000만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아니 막지 않아 부도가 난 것이다. 고의부도 의혹이 짙기만 하다.
이 회사 사장은 2005년 들어 3월 말에 회사의 유일한 재산이랄 수 있는 차고지를 몰래 매각했다. 차고지는 시가로 약 35억원 가량 한다고 하는데, 장부에 기록된 판매가는 15억원이다. 도대체 20억원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 뿐만이 아니다. 회사 법인 소유였던 질량공단 소재 공장부지를 사장 개인명의 바꿔놓더니, 이것도 친누나에게 판 것으로 되어 있다. 사장의 집도 마찬가지로 2005년 들어 다른 사람의 명의로 바꿔놓았다. 철저하게 재산을 도피한 의혹이 있다.
그리고는 한편으로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했다.
3개월치 임금과 상여금을 체불하였다. 그러다 결국 사장은 8월 30일 부도를 내고 잠적해버렸다.
노조에서 나서서 부채와 재산을 조사해보니, 부채는 나날이 늘어나 현재 확인된 것만 약 80억원(임금채권 35억원 포함)에 이른다. 재산은 차량 56대 뿐이다. 이 차량의 가격이라야 영업권 약 4,000만원과 약간의 찻값 등 기껏 25억원 정도이다.
사장은 현재 구치소에 갇혀 재판을 받고 있다. 노조와 전혀 협상에 나서지도 않으면서 재판에서는 노조와 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거짓을 말하고 있다.
문제는 대구시다.
버스 사업은 현재 대부분은 민간에서 맡아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공공사업이다. 허가권을 건설교통부장관(광역 지자체에 위임)이 가지고 있고, 건설교통부장관과 지자체장은 법률에 따라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
대구시는 국일여객 사업주가 회사 주차장을 팔아먹고, 임금을 체불하여 노사분규가 발생하는데도, 이를 단순한 노사문제로만 미루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관리감독의 책임은 전혀 지지 않았다. 회사가 부도가 난 이후에도 면허취소, 공영제 운행, 제3자 공모, 고용승계 등등 노조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대하여 외면으로 일관했다. 이제 뒤늦게 와서 부채를 안고 노조에서 운영을 해보라고 한다. 대구시가 제시한 안대로 한다면 조합원들은 1인 당 1억원이 넘는 부채를 떠 안아야 한다. 사업주가 싸질러놓은 똥인 부채를 말이다. 그 많은 부채를 안고 어떻게 정상적인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대구시에서는 이른바 준공영제 도입을 계기로 버스 차량 수를 줄이겠다고 한다. 약 150여대를 줄이는데, 대구시내버스 사업주들은 국일이 사라지고, 같은 계열사인 창성이 사라지면 굳이 구조조정 할 필요가 없다고 좋아한다. 국일 노동자들이, 창성 노동자들이 혹한의 아스팔트에서 얼어죽든 말든, 그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뒷구멍으로 돈을 헤아리며 음흉하고 징그러운 웃음을 흘리고 있다.
이런 사업주들의 잔인한 치부행각에 대구시도 맞장구를 치는 것 같다. 2006년 2월 대구시 준공영제 출범 이전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일과 창성 2개 회사를 배제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대구시의 입장은 사업주들의 바람과 한치의 오차도 없다.
대구시내버스는 현재 29개 회사다. 국일과 창성을 빼면 27개 회사다. 겨우 27명 사업주의 이익을 위해 약 1000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혹한의 아스팔트로 내몰리고 있다. 300만 시민의 교통권이 침해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여전히 겨우 27명의 사업주의 편을 들고 있다. 그것이 그들의 본질이다.
▶ 오늘 출근하면서 본 한강은 사나운 파도가 인다. 혹한에 매서운 칼바람까지... 조합원들은 저 바람을 맞으며 오늘도 거리에 나서겠지...
도대체 얼마나 더 싸워야 하는가. 얼마나 더 굶어야 하는가. 어떤 조합원은 얘기한다. '우리 중 누군가가 죽어야 바뀔 것 같다'고. 대구시는 대구시장은 정녕 그런 사태를 바라는가.
<2005. 12. 1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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